전투요정 유키카제



본인은 저패니메이션 마니아도 아니고, 지금까지 본 일본 애니메이션도 손가락으로 뽑을 정도 밖에는 안되지만 이 전투요정 유키카제는 정말 재밌게 보고 있네요.
페어리 성운에 갇힌 알 수 없는 존재인 JAM과 지구인들로 구성된 페어리 공군의 전투가 배경이지만 에반게리온을 만들던 사람들의 작품답게 JAM은 누구고 페어리 성운은 또 뭐고 거기 왜 갇히게 되었고...등등 설명되지 않은 많은 부분들 또한 이 작품의 매력이자 어려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 작품에서 특히 놀라운 부분은 바로 음향입니다.
일본 항공자위대의 협조로 실제 전투기의 소리를 녹음할 수 있었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소리로 봐서는 쌍발 엔진인 F-4J나 F-15J 같네요. 애니에 등장하는 전투기도 거의 대부분 쌍발엔진 입니다) 녹음된 소리를 가지고 화면의 시점에 따라(전투기의 안과 밖에 따른 변화는 당연하고 기체가 보이는 위치에 따라서도) 심지어는 기체의 비행상태(순항인지 가속 상태인지, 또는 기동 패턴에)에 따라 서로 다른 음색이나 피치로 가공해낸 감각은 기가 막힐 지경이더군요. 비행기를 좋아하는 제가 볼 때는 아무리 사운드 디자이너의 감각이 뛰어나다고 해도 전투기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이는 불가능한 연출이라고 봅니다.

이런 부분은 HUD나 각종 계기의 작동음은 물론 파이럿간의 교신음 등에서도 드러납니다. HUD로 목표를 추적할 때나 각종 계기의 동작에서는 삐이이~ 등의 단순한 전자음 뿐아니라 뭔가 '기계가 작동한다'는 느낌을 주는 여러 다양한 소리들이 겹쳐져 있습니다. 특히 이 작품이 그동안의 유사한 다른 작품들과 차별되는 부분들 중 하나인 교신음은 전투요정 유키카제의 최고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건담, 마크로스, 심지어는 지금의 마크로스 제로에서조차 전투에 임하는 파이럿들은 너무도 비장감이 넘친 나머지 적과의 무선교신을 통해 욕을 해대거나 공격 순간에 기합까지 넣어 주는 등 한마디로 말이 너무 많았습니다. 하지만 유키카제의 무선교신은 극도로 억제되어 있습니다. 적과는 물론 아군끼리도 필요한 말만을, 그것도 엄연히 존재하는 절차와 규칙을 상당히 정확히 지키면서 말이죠. 이런 절제야 말로 지금까지 일본 애니에서 볼 수 없었던 면이고 그런 면이 보는 이로 하여금 극도로 삭막한 '전장'이란 환경을 더욱더 리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줍니다. 교신음에 있어서는, 전화기의 음성이나 무전기 소리를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인 EQ를 사용해 고역과 저역을 상당부분 커트하는 것 뿐아니라 화이트노이즈는 물론 라디오의 컨트롤 버튼을 누를때의 짧은 클릭음, 인상적인 초고역대의 가느다란 노이즈 등을 겹쳐 밀도있는 음색을 만드는 엄청난 센스를 보여 줍니다.

대부분 일본 애니메이션을 이야기 하면 끝에는 우리의 상황과 비교하며 앞으로 더 잘해야 된다 등으로 마무리 짓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제가 그런 판단까지 할 수준은 아니기에 그런 류의 이야기는 유보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전 원더풀 데이즈의 사운드 디자인을 매우 멋지다고 생각하기에...)
하지만 이 유키카제를 놓고 봤을 때,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고증(물론 유키카제는 가상의 이야기니 여기서의 고증을 '존재했던 또는 존재하는'것이 아닌 '존재할 법도 한'것으로 생각한다면)을 위해 많은 부분을 고려하는 태도가 곧 세련되고 멋진 작품을 만드는 큰 부분인 것 만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by stargazer | 2005/03/25 13:28 | Movism | 트랙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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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NONAMED at 2005/09/06 13:09

제목 : 유키카제-사운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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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bikbloger at 2005/03/25 21:56
오. 이 사운드 디자인 멋지구만. 사운드 디자이너가 항공자위대 출신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5/03/26 01:11
1분이 조금 넘는걸? 소리만 몇 번 들어도 대충 어떤 상황이라는 것이 파악되는군. 이니셜 D역시 이런 식으로 만들었지.
Commented by 로리 at 2005/04/07 09:24
유키카제의 비행용어가 많이 나오죠.. RTB같은 것.. 그런데 이 보다 더 비행 용어가 더 많이 사실적으로 나오는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스트라토스 4 (웃음)
Commented by WindFish at 2005/06/02 05:24
잘 읽었습니다. 멋진 평이네요.
Commented by joowon at 2006/04/20 22:00
재밌게 읽었습니다. 사운드 디자인에 대한 좋은 얘기 다음에도 기대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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